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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 & Life

스타트업에 온 후 전략컨설턴트로써 무엇을 배웠는가?

by 담담하게, 당당하게 2024. 3. 26.

얼마 전 컨설팅 이직 제안을 받고(모시던 파트너님으로부터...), 이직 여부와 상관없이 제 커리어를 한번 점검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만약, 내가 컨설팅으로 돌아간다면, 1년 8개월이라는 시간동안 나는 어떤 컨설턴트가 되었을까?, 스타트업에 와서 무엇을 배웠다고 할 수 있을까?라는 점을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나눌 주제는, "스타트업에 온 후, 전략컨설턴트로써 무엇을 배웠는가?"가 되겠습니다
(참고로, 저는 신용평가 스타트업에서 경영기획 → 제휴/사업개발 → 현재는 데이터사업을 맡고 있습니다)

 

 

사업의 본질을 경험하다 보니, 전략 수립이 너무나 중요하다는 것도 깨달았다

제가 스타트업 와서 깨달은 사업이 잘되려면 중요한 것은 (a) 잘 계측된 Risk taking이 필요하다, (b) 체계를 만들어서 굴릴 줄 알아야 한다, (c) 속도보다는 방향성이 중요하다, 요 3가지가 되겠습니다

 

(a) 잘 계측된 Risk taking이 중요하다

먼저 스타트업에 와서 느꼈던 사업이라는 것의 중요한 속성 중 하나는, Risk taking입니다. 모든 의사결정, 심지어 고객에게 안내하는 상품 카탈로그, 안해보았던 영업 멘트, 경쟁사와의 Fre-enemy 제휴 전략 등등이 모두 Risk를 수반한 전략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를 잘 식별해서 적절한 대응을 해야하는 것이 경영진 또는 사업 총괄의 역할이었구요

 

하다못해, 신사업 기회를 발굴하여 Go or No go 의사결정을 하는 것 마저도 risk가 수반되는 일입니다. 없는 resource 쪼개서 새로 신사업해보자!!라고 말하는 것도, 사업이 성과가 없게되면 Resource 낭비요, 침체된 실패문화 또한 Risk가 될테니까요

 

그런 관점에서 구조적으로, 논리적으로, 발생하지 않은 risk factor들을 식별해나가고, 그 risk factor들이 정말 유의미한지 예상해보고, 피할 수 없다면 대응 방안은 무엇이고, 그래서 그 의사결정을 할 것인지, 말것이지 이 모두가 큰 고민들입니다.

 

내부적으로 다 소화할 수 있다면 전략컨설팅이 필요 없겠지만, 또 그렇지도 않습니다. 검토, 분석, 예측해야할 일은 산더미이고, 만약 회사가 더 빠른 성장을 원한다면 더 급진적 변화를 겪게 될 것이고, 그에 따라 검토사항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겠죠

 

그런 의미에서 전략적 사고, 검토, 분석 역량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b) 체계를 굴릴 줄 알아야 한다

사업을 하다보니 One-man team으로 시작했다가 그 규모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정말 절실히 느꼈던 점은, 사업 잘하시는 분들은 체계를 만들 생각을 하세요, 내가 열심히 해야지가 아니라

 

그러다 보면 경영진, 이해관계자들, 조직 구성원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하고, 당연히 논리적으로, 구조적으로 분석하고, 그래서 그 사람들의 귀가 쫑긋해질 수 있는 item도 발굴해야 하고(그것도 상당히 짧은 시간안에, cherry picking 느낌으로), 정리하여 보고/공유할 줄도 알아야하고, 그래서 구성원들을 설득하여 내가 주장한 사업 item에 resource를 쏟게끔 만들어야 합니다 (물론 사업 item 자체가 될 사업을 주장해야겠죠?)

 

특히 체계를 만드는데 핵심은 제 경험상 "각 나오는 사업이냐?"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각 나오는 사업인지를 찾고 탐색하고 발굴하는데는 엄청난 전문성, 다양한 이종산업, 오랜 탐색/분석 경험이 요구되구요

 

 

(c) 속도보다는 방향성이 중요하다

정말 많이 느낀 것은, 사업이라는 것이 컨설턴트가 action plan 짜듯이, 착착착착 사업이 전개되지가 않아요, 컨설턴트가 생각하는 사업은 비유하자면 원한다면 얼마든지 빠르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컵라면 같다랄까요?, 그런데 사업의 경우(특히 컨설팅 이후 직접 실행하는 실무 입장에서는) 농사 짓는 느낌입니다. 왜냐하면 사업의 성패는 노력이 아니라, 운칠기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사업의 성패에는 정말 많은 저해요소가 있습니다. 시장이 갑자기 안좋아질 수도 있고, 제품 경쟁력이 생각했던것보다 떨어질 수도 있고, 경쟁사의 등장, 내부 제품 개발/생산의 지연, 인프라/네트워크의 부족으로 속도 지연 등등

 

그래서 빠르게 실행해보자!!라는 것도 중요하지만, 방향성이 잘못된 사업은 실행해봤자 거기서 거기라는 Lessons learned가 참 많이 축적되었었고, 그러다 보니 방향성이 중요한 것 같아요 (방향성이 맞고, 고객이 충분히 Value를 느낄 수 있는 시장과 경쟁과 자사 경쟁력이 생겼고, 그러다 보면 조직 내 탄력이 붙는 것은 당연하고, 삐그덕 거리던 인프라 문제도 알아서 해결이 되는 편입니다 - 결국 각 나오는 사업이냐? 이것과도 연관된 얘기입니다)

 

결국 전략의 문제입니다

 

 

 

 

문제는 전략 수립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현업 업무 구조상 등한시 할 수 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컨설팅 시절에는 몰랐지만, 컨설팅을 떠나, 외부 시각에서 컨설팅을 바라보고, 또 컨설팅을 받는 현업 입장이 직접 되어보니, "아 전략컨설팅이 진짜 Value를 주는 업이긴 했구나"라고 깨닫습니다

 

그렇게 생각하게 된 이유는 크게 3가지입니다.
(1) (전략 추진/조직 혁신의 어려움) 현업 입장에서 사업을 일으키고 추진해보니, 전략을 짜고, 추진하는 것이 쉽지 않더라
(2) (Out of box 관점 시각의 갈급함) 외부 시각에서 함께 전략을 디벨롭했다면 더 극적인 시도를 할 수도 있었겠다
(3) (전략 수립을 위한 Resource 절대적으로 부족) 당장 발에 불떨어진 것도 많은데, 미래 item을 위한 조사도 더 잘 할 수 있었을 것 같다 (정말 필수적인거였고, 중요한거였는데...)

 

사실 위 3가지를 back-up하는 것은 모두 현업의 일하는 구조와, 컨설턴트의 일하는 구조가 다름에서 출발합니다

 

현업은 기능적으로 분업되어 서로가 서로에게 shared service 조직처럼 일을 하죠, 예를 들어 데이터사업팀을 맡고 있다면, 매주 진행되는 경영진 업무 보고, 팀원 & 협업 부서와의 미팅, 제품부서와의 미팅, 협력사와의 미팅 등등만 해도 사실 1주일 전체 resource에 30% 정도는 날라갑니다

 

문제는 여기서 본인이 맡은 영업이라는 본업을 한다고 치면, Lead 발굴, Lead 육성, 딜클로징, 서비스 연계 모두를 한다고 친다면 시간이 너무나도 촉박합니다 (여기까지 일하는 것만으로도, 기존 목표치 달성한다고 하면 매일 10시까지 야근해야 합니다)

 

또한, 사업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써 팀원들이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업무 체계, process도 지속적으로 고도화해나가야 하는데, 이것까지 한다고 치면, 야근이든, 일을 미루던 속도가 안나기 십상입니다. (그래서 보통 외부 협력사와 미팅, 주기적인 소통도 1주일에 1번씩하는 관습이 생겼나 봅니다 ^ ^)

 

그러다 보니, 말도 안되는 업무량과 종류가 많이 떨어지고, 그러다 보니 발등에 떨어진 업무만 생각하고, 쳐내고, 소화하기 바쁘고, 그러다 보니 미래를 위한 seeding 사업, 전략, 검토, 신사업 기회 발굴은 등한시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전략 수립을 위한 Resource의 절대적인 결핍)

 

결국은 시야가 좁아지고(당장 중요한 현안에만 몰두), 그런 상황에서 새로운 사업과 또는 기존 사업의 혁신을 위해 조직을 움직이고, 경영진에게 보고해서 체계를 만들고 시스템을 굴리기에는 너무나도 어려운 상황이죠 (전략 추진의 어려움)

 

 

 

그래서 컨설팅으로 돌아가면 더 잘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도 해봤습니다. 만약 컨설팅으로 돌아간다면 더 잘한다고 할 수 있을까?

 

답은 Yes입니다

 

확실한 것은 고객의 고충/고민을 예전보다, 훨씬 더, 정말 잘 공감할 수 있을 것 같고,

이 회사에서 실패도, 성공도 해보니 어떤 것이 옳은 것이고, 좋은 것인지도 구분할 수 있을 것 같고

그래서 지금 이 회사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전략컨설턴트로써 구체적으로 제한된 시간, resource 내에서 어떤 부분을 짚어줘야 확실한, 현업이 스스로 못하는, 실제로 도움과 보탬이 되는 전략이 나올지, solution이 나올지 조금은 알 것 같구요

무엇보다, 실제로 프로젝트를 한다면 기간 내에 모셔야 하는 고객사가 아니라, 같이 문제를 푸는 파트너로 인식하고, 내일 처럼 풀어나가고 싶을 것 같네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