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컨설팅이라는 업이 참 묘합니다. 직원(컨설턴트) 입장에서는 젊은 나이에 엄청난 연봉을 받아갈 수 있는 직업인데, 외부에서 컨설팅을 바라보는 시각은 또 싸늘합니다. "컨설팅 무용론"이라는 말도 있으니까요 (LG 맥킨지 스마트폰 사업 사례가 가장 대표적이고, "보고서 놀이다, 회장님 보고서 작성 대행이다"라고 평가들을 하십니다)
반면, 사업을 검토해부신 분들은 아실껍니다. 애초에 고객에게 제공하는 가치가 적은데, 직원들의 고액 연봉을 감당한다는 것이 말이 안되니까요. 왜냐하면 한 회사가 고액 연봉자를 다수 끼고 있다는 것 자체가 그 회사/업의 BM이 그 정도의 인건비를 감당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거니와, 특히 컨설팅 자체가 수주산업인데, 부침은 있겠지만 정말 꾸준하게 유지 또는 성장하고 있으니까요
저 역시도, 수 많은 고객의 불만, 부정적인 피드백 속에서 한때 "컨설팅은 의미 없는 보고서 놀이다"라고 생각했었지만, 현업으로 가서 고객 입장에서 일을 해보고, 새로운 사업을 키워보고, 경영진은 아니지만 주총, IR일을 하다보니, 이제는 컨설팅이 주는 Value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전략컨설팅이 구체적으로 고객에게 무슨 가치를 주는지, 제 생각을 좀 정리해봤습니다
경험적으로 성공적으로 가치를 주었다고 생각하는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제 경험상 프로젝트 하면서 박수를 받고, 지금도 컨설팅을 떠났음에도 고객사 팀장님, 차~부장님께서 꾸준하게 연락 주시는(반갑게 맞아주시는) 프로젝트, 그리고 박수 받았던 point들만 모아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 모 보일러/자판기 회사의 비젼 & 중장기 전략 수립
- 보일러 사업: 해외 시장, 구조 파악을 통해 현업분들이 빠르게 검토하고 발굴하기 어려운 해외 신사업 기회를 발굴
(실제로 고객사는 중국 유통사 하나 잡았으나(사실 파일럿팅 개념), 차년도에 바로 매출이 200~400억원 규모로 급증) - 자판기 사업: 국내 자판기 시장은 사양산업이나, 국내에는 없는 해외 IoT 기반 + 배달문화로 변화된 자판기 산업 트렌드를 발굴하고, 실제 선도 사례들을 정리하여, 가장 빠르게 해볼 수 있는 item과 action plan을 도출
- 보일러 사업: 해외 시장, 구조 파악을 통해 현업분들이 빠르게 검토하고 발굴하기 어려운 해외 신사업 기회를 발굴
- 모 유통사의 수제맥주 양산 사업 타당성 검토
- 수제맥주 시장 자체가 뜨고는 있었으나, Top 4를 제외하고는 의미 없는 엎치락 뒷치락하는 과점 시장 (Winner takes all)을 짚어내어, Owner께서 하고자 하는 양산 사업 하지 말라고 말씀 드림
- 실제로 당시 검토되었던 Craft beer는 그때 생각했던 전망과 지금이 크게 다르지 않음
- 모 저축은행의 비젼 & 중장기 전략 수립
- 전통적으로 기업금융 중심의 사업구조에서 성장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리테일 사업 확장이 필요했던 시점
- 대기업 계열사이기 때문에, 그룹사 보고, Owner보고가 중요
- 고객사 대표님, 상무님, 차부장님과 정말 의기투합하여, 빠르게 사업 기획 및 고도화, 프로젝트 중간 과정에서 Owner보고 & Confirm까지 받았던 특이 case (프로젝트 종료 후 1달 뒤 조직 개편, 6달 뒤 앱 런칭 등, 정말 빠른 속도감...)
- 특히, 기업금융 영역의 경우, 정말 많은 현업, 경쟁사 인터뷰를 통해, 간과되었던 영업 경쟁력과 조직/인사개편을 제언 (B2B 영업 특성상 Key man, 전문성 축적, 전사 공유 체계, 이를 위한 성과제도가 상당히 중요)
- 모 자동차그룹의 해외 수소연료전지 사업 전략 수립
- 아직 전세계적으로 이렇다할 사례가 없는 수소연료전지 사업을, 그것도 해외에서 전개해야 하는 상황
- 정말 모호한 사업의 내용, 근거 자료, 참고자료들 속에서, 나름의 논리를 토대로 하나하나 사업의 컨셉, 영업전략 등을 만들어나가고, 이와 동시에 Valuation컨설팅팀과 협업하여, 최적의 투자 유치 & 최소 투자 전략까지 함께 구상
- 모 자동차그룹의 R&D 조직개편 벤치마킹
- 현업부서들은 상당수가 공학, 구조설계, Mechanical Engineering 박사님들
- 문제는 R&D 조직 자체적인 조직 개편 안이 나와야 하는데, R&D에 있어서는 전문가분들이시지만 사업적인, 업무 Process 관점에서, 다가올 전기차, 자율주행 시대에 맞는 조직개편 및 인사이트에 대한 갈증이 있으셨음
- 따라서, 조직개편 사례, 조직구도에 대한 study도 어려우신 상황으로 벤치마킹 + 조직구도 개편 사례 등을 일목요연하게 조사, 정리하여 보고 (결과적으로 1차 → 3차 Project까지 재수주)
그래서 가치를 준 프로젝트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결국, 고객사 입장에서 제가 주도했던, 또는 참여했던 프로젝트에서 박수쳐주시고 좋아하셨던 이유는 크게 4가지로 정리되는 것 같습니다
- (Out of box 관점의 아이디어/인사이트) 자기 사업은 전문가이지만, 경험하지 못한,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시각, 해외 사례, 이종 산업 사례 같은 경우, 충분한 사업적 돌파구가 될 수 있는 자극제이자 idea가 될 수 있음
- 예 1: 보일러 산업(국내 -> 해외로 확장), 자판기(HW -> IoT + 배달문화용 자판기로 Scene 확장)
- 예 2: 이종 산업을 통한 사업 계획 공고화 (전기차, 엔진, 건설 -> 수소연료전지 사업 계획 공고화)
- (제 3자로써 객관적 의사결정 지원 - 도전 독려 또는 반대) 사업을 새로 하시려는 분들께서는 보통 잘 될 것 같은 불타는 야망에 휩싸여 계시는데, 이걸 제 3자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보유한 경험을 활용하여 판단해드릴 수도 있음
- 예: 반대 - 하지 말라고 말씀 드림 (유통사의 수제맥주 양산 사업 타당성 검토)
- 예: 도전 독려 - 충분히 기회가 있는데 "우리가 되겠어?"라는 문화를 극복하고 파일럿팅이라도 해보자고 독려 (보일러 사업 사례)
- (회사를 움직이기 위한 빠르고 전문적인 기획 역량) 정말 단기간 안에, 압축적인 사업계획, 전략 수립이 필요한 경우, 전략컨설팅은 유일한 대안이 될 수 있음
- 예: 저축은행 프로젝트 사례, 자동차그룹 R&D 센터 사례
- 통상 현업분들께서는 기존 업무 + a로 신규 전략 기획 업무를 병행하시기 때문에, 사실상 일정을 정해놓고, 그룹사 Owner에게 보고할 만큼의 Quality 있는 전략을 수립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 (전략기획 부서가 직접 하지 않는 이상...)
- 특히, 사업이라는 것이 시스템을 움직이고, 조직을 움직이는 것이라면, 보고 및 보고를 통해 조직과 체계가 마련되고 움직인다는 것은 정말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인데, 많은 현업분들께서 보고를 익숙치 않고, 어려워하심
- (현장에 있는 voice를 빠르게 취합하여 회사를 다시 뛰게하는 역할) 사실 기존 사업의 개선점, 전략은 이미 현업분들이 다 가지고 계시나, 전사 차원의 목표(예를 들어 단기 수익성)에 밀려 후순위가 되는 것이 현실. 그것을 전사/중장기 관점에서 다시금 issue raising하고,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주장과 근거로 회사를 다시 바람직한 방향으로 돌리는 역할
- 예: 저축은행 프로젝트 사례
- 경험상 대부분 현업분들께서 사업전략/방향성을 잘못 짚고 계신 경우는 없음. 문제는 지원 조직과 사업조직의 갈등, 전략적인 투자와 단기적인 수익간의 갈등이 가장 컸던 문제
- 예를 들어, 단기 수익성을 중시한다면 성과/인센티브 개편은 어렵게 됨. 문제는 영업인력의 잦은 이탈은 중장기적으로 회사의 영업경쟁력 축소와 직결되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손을 대야만 하는 문제
- 현업 입장에서, 이를 알고 있음에도, 순환보직 때문에, 어차피 얘기해도 안먹힌다는 좌절감 때문에, 당장 회사에서 요구한 단기적인 영업실적 달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중요하지만 시급하지 않는 문제(성과/인센티브 등)는 좌시되고 오랫동안 방치되는 이슈들이 상당함
그렇다면 전략컨설팅은 왜 폄하받는가?
전략컨설팅이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음에도, 만약, "이 프로젝트 왜 했는지 모르겠다", "전략컨설팅 그냥 보고서 놀음 아니냐"라는 피드백이 있다면, 아래와 같은 가능성이 있습니다
- 애초에 프로젝트 자체가, 외부 컨설턴트의 힘을 빌릴 필요가 없었다
("PPT 대신 그리기 용역 + 컨설팅이라는 장치를 빌려 특정 부서에서 하고 싶은말 보고하기") - 이와 유사한 이유로, 굳이 프로젝트 안띄워도 되는데, 파트너의 영업에 의해 한번 띄워봤다
- 파트너 또는 컨설턴트 수행팀의 역량이 생각보다 시원치 않다 (영업할때 얘기했던 것 보다 인적경쟁력이 떨어진다)
- 생각보다 파트너의 역할이 없어서, 사실 얼라들(어린 PM + 팀원들)끼리 보고서 놀이했다
제 생각에 위에 두개는 발주 자체의 문제, 밑에 두개는 컨설팅사의 역량 문제입니다
위 두개 문제의 경우, 관건은 애초에 프로젝트 자체가 형식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프로젝트의 목적과 범위가 진짜 외부 컨설턴트를 통해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만한 프로젝트인지 자문하는 것이 되겠네요. 애초에 현업 본인들이 이미 알고 있고, 할 수 있고, 큰 필요가 없다면 발주를 내지 않는 것 자체가 맞습니다 (여기서 전략컨설팅의 역할은 그냥 PPT 그리기 대행 + 컨설팅이라는 장치를 빌려 자신들이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 뿐이니까요)
밑에 두개의 경우, 결국 영업 목표에 치인 파트너의 문제가 큽니다. 파트너가 너무 바쁘고, 영업 욕심부리다 Quality control 안되는 경우, 우수 팀원들은 이미 일이 턱끝까지 차올랐기 때문에 신입, 어린 친구들을 PM으로 억지로 세워서 프로젝트 뛰게 만드는 것이죠 ^ ^;;
결과적으로, 성공적인 프로젝트를 위해서는 (1) 정말 각 나오는 프로젝트인지, (2) 그래서 수행하는 파트너+인력들도 기대했던 수준까지 투입되고 몰입하는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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