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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 잘 쓰는 법

보고서 잘 쓰는 법 (1) - 착공보다는 설계부터

by 담담하게, 당당하게 2024. 2. 29.

요즘 회사에서 타 부서 분들과 공동으로 정부지원금 관련 사업계획서를 쓰다보니, 다른 분들께서 본업은 정말 잘하시는데, 문서작성 역량의 업무 효율성이나, 성과가 투입 시간대비 부족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요컨데, 어려움을 느끼시는 부분은 이런 것들입니다

 

 

사례: 뭔지 잘 모르겠으니, 일단 템플릿 채워넣기

1. 정부지원사업 공모에 신청하라는 요청을 받았다. 원래 쓰던 분이 계신데 퇴사하셔서 재경팀장인 내가 갑자기 쓰기 시작했다. 그래도 내가 담당하는 부분인 P&L, 재무재표 등은 그냥 채워넣으면 되니 안심이 된다

2. 공고문을 봐도 뭘 써야하는지 잘 모르겠다. 일단 생각은 "내가 당장 채워넣을 수 있는 것"에 쏠려 있다. 시간도 촉박해서 뭐라도 채워 넣어야하는데 잘 모르겠으니, 템플릿만 주구장창 들여다 봤다

2. 템플릿에 일단 쓸 수 있는건 다 써넣었다. 근데 써 넣다보니 타 부서의 의견을 구해야하는 일도 많다보니 생각보다 오래걸린다, 그래서 일단 생각나는대로 가이드와 템플릿을 공유해서 채워달라고 했다

3. 2~3일 지나서 타 부서에서 내용을 채워주셨는데, 이해를 못하고 이상한걸 채워 넣어왔다. 근데 나도 뭐가 맞는지 헷갈린다

4. 시간은 지나서 7일차, 보고서 취합을 했는데 뭔소린지 나도 모르겠다. 일단 시간은 됬으니 쫄리는 마음으로 대표님께 보고를 드렸다

5. 털렸다...., 대표님께서는 그래서 무슨말이 하고 싶은거냐, 내용이 연결이 안된다, 당신 같으면 정부에서 좋은회사구나하고 옳다구나 지원해줄 것같냐?라고 하신다. 나 이거 하려고 이 회사 온 거 아닌데 자괴감이 든다

6. 일단 대표님께서 요청하신 수정사항을 반영하기로 했다. 마음속으로는 정말 하기 싫지만 꾹 참고 또 다른팀에 요청을 했다

7. 다른팀에서는 한숨 쉬면서 왜 또 시키냐 그러고, 어쨌든 부탁해서 보완된 내용을 들고 다시 대표님을 찾아갔다. 그랬더니 대표님은 다른 점을 트집 잡으면서 또 성을 내셨다 

 

문제의 근인: 메시지를 생각하지 않아서

보고서를 잘 쓰는 노하우는 정말 많지만, 이제 막 시작하시는 분들께 제일 중요한 단 한가지를 말해달라 한다면, "채워넣을 것이 아닌, 메시지를 생각하자"가 되겠습니다

 

위 사례를 보면, 처음 시작할때 방향성을 잘못 잡았고(템플릿에 채워넣기), 그러다 보니 본인이 쓴 내용도, 타 부서 협업해서 얻은 내용도 잘못되었고, 결국 대표님과 같이 처음보시는 분이 이해하기에는 하고싶은 말이 뭐야?라는 피드백을 받는 보고서를 받게 된 것 같습니다

 

만약에 정부지원사업 신청이라면, 공모 요건에 맞추어서 "우리 회사가 지원 받아야할 가장 적합한 회사이고, 그 이유는 무엇이다"라는것을 먼저 생각하고, 쉽게 이해되도록 순서와 구조를 구성하여, 뼈대를 짜고, 있는 정보와, 비어 있는 부분들을 정의해서 자신이 직접 채워넣든, 타 부서에 요청하든 했어야 합니다

 

 

개선 방향: 메시지는 무엇이고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 핵심질문과 기승전결

그렇다면 메시지를 어떻게 정해서 잘 전개해나갈까요?, 시작점은 (1) 보고서를 받아보는 분이 최종적으로 궁금한 것이 무엇일까?(핵심질문), (2) 그걸 어떻게 기승전결을 갖추어서 잘 설명할까?(기승전결) 이 두가지에 집중하면 좋겠습니다

 

핵심질문(Key question) = 보고 대상자가 보고서를 받아봤을 때 기대하는 가장 궁금한 질문
기승전결(Storyline) = 가장 궁금한 질문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순서에 맞추어, 기승전결로 풀어내는 것

 

핵심질문(Key question)의 경우, 사실 작성하시는 분서의 명칭에 다 써있습니다

예를 들어 투자제안서(IR)의 경우, 투자자는 투자 후 수익을 낼 수 있는지가 가장 궁금할 것이고, 제휴제안서는 그래서 제휴 사업을 통해서 뭘 얻을 수 있을까가 궁금하겠죠

 

  • 투자제안서(IR)
    • (보고받는분) 투자자 입장에서...
    • (가장 궁금한 부분) ...해당 기업/상품에 투자 후 수익을 얻을 수 있는지
  • 입찰 제안서
    • (보고받는분) 원청사, 발주처 입장에서...
    • (가장 궁금한 부분) ... 타 입찰 경쟁사 대비 요구에 잘 부응할 수 있는 제품/서비스를 납품할 수 있는지
  • 제휴사업 제안서
    • (보고받는분) 제휴처 입장에서...
    • (가장 궁금한 부분) ...Win-Win해서 더 큰 수익 또는 성과를 얻어낼 수 있는지

 

기승전결의 경우, 위에 쓴 핵심질문을 어떻게 잘 풀어서 설명할 수 있을까 (문서 한번 보면 딱 이해될 수 있도록!!), 이게 관건일 것 같습니다.

 

여기부터 익숙치 않으실텐데, 저 같은 경우, 신입사원 시절 무식하게 6하원칙을 조금 변형해서, 논리의 전개 순서를 잡았던 것 같습니다 (당시에는 원론적으로 돌아가서, 제일 익숙한 프레임으로 글의 순서를 짜자고 생각했었네요 ^ ^;;)

 

투자제안서(IR)를 예로 들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 Why(왜) = 저희는 투자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저희는 매력적인 회사라 투자하시면 수익도 기대하실 수 있습니다
  • Who(누군데) = 우리는 언제 설립되어서, 무엇을 목표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회사입니다
  • What(무엇을) = 우리가 만드는 상품/서비스는 이것이고, 그 특징과 차별점인 이것입니다
  • Where(어디서) = 그래서 이런 제품을 금융기관 또는 공공기관에 납품하면서 사업을 확장할 계획입니다
  • When(언제) = 실제로 올해 초부터 계약을 체결하였고, 내년에는 2배 이상의 매출이 예상됩니다
  • How(어떻게) = 투자를 받는다면, 새롭게 수주한 프로젝트 수행을 위한 인력 충원에 활용될 계획입니다
  • So what(그래서 뭐 어쩌라고) = 궁극적으로 확실한 매출처, 예상된 매출 계획으로 안정적인 투자 수익을 기대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6하원칙과 똑같지는 않지만, 시작이 막막한 분들에게 효과적인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저런 6개 point를 중심으로 논리를 생각해나가고 고민하다보면, 조금 더 수월했던 것 같고. 이런 작업도 2번, 3번, 5번이 되면 훨씬 더 수월해 지실 것이구요

 

위에 썼던 7개 point를 말을 바꿔서 말한다면(조금 살을 더 붙여보자면...) 아래와 같은 챕터가 구성되겠습니다. 남은건 채워넣을 수 있는 컨텐츠를 파악해서 조금씩 챕터를 더 구성하거나, Sub-챕터로 구성해서, 일목요연한 글의 구조를 짜고, 채워넣는것이 되겠네요 ^ ^

  • Why → 투자 배경 및 기대효과
  • Who → 회사 소개
  • What → 상품 개요 및 차별성
  • Where → 사업현황
  • When → 사업계획
  • How → 투자 유치 후 사업 확장 계획

 

결론: 착공부터 하지 말고, 설계부터 하자

위에 제가 예시를 든 것처럼, 처음에는 막막하지만, 맞든 틀리든, 뼈대를 잡았고, 조금 더 고민하다 보니 Sub-chapter가 나오고, 그러다 보니 어떤 순서로 말을 넣고, 이어 붙여서, 최종적으로 핵심질문으로 스무쓰하게 연결되는 논리적 구조가 나오게 됩니다

 

결론은 뼈대부터 잘짜고, 글을 채워넣고, 그래서 연결 시키면 됩니다

(제발, 템플릿에 채워넣을 생각 먼저 하지 말고, 뼈대부터 설계하고 채워 넣읍시다. 건물을 지을때도 설계부터 하지, 착공부터 하지는 않잖아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