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를 쓸때, 첫번째로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템플릿부터 찾고 채워넣기"라면,
두번째로 많이 하는 실수는 메시지와 이를 뒷받침하는 부가메시지간의 논리적 관계를 고민하지 않고 PPT부터 그리는 것입니다 (사실 첫번째나 두번째 모두 같은 얘기입니다. 설계부터 하지 않고 다짜고짜 채워넣기에 급급하다는거죠)
특히 PPT로된 보고서를 작성할때 아래와 같은 상황이 정말 많이 발생합니다
(아무래도 워드, 아래한글보다는 글의 배치, 도형, 논리적 구조 등 더 많은 역량과 고민을 요구하기 때문에...)
사례: PPT 지웠다 그렸다 무한반복
1. 이번에 팀장님께서 주주총회에 쓰일 자료 중 하나로 금융업 시장 전망에 대해 써달라고 하셨다. 대략적인 메시지는 기준금리가 높아서 여신 시장이 얼어붙었고, 금융기관의 영업손실로 분위기 마저 얼어붙어 시장환경이 여의치 않다는 얘기를 써달라 하셨다
2. 일단 PPT를 켰다. 팀장님께서 전달주신 작성중인 주총 보고서에 새 슬라이드를 추가해서 그려나가기 시작한다
3. 1시간이 지났다. PPT 1장만 그리면 되는데, 팀장님께서 말씀 주신 내용만 가지고 채우기에는 컨텐츠가 부족함을 느낀다. 구글로 서치하다 보니 다른 얘기들이 튀어나온다, 미국 연준 파월의장의 신중한 금리인상 얘기가 나오고, 한국은행도 9연속 금리 동결이라는 얘기, 다중채무자들이 아우성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뭔 얘기인지 하나하나 찾아본다. 시간이 또 지난다
4. 가까스로 금융시장이 얼어붙었다는 내용으로 쓸 내용들을 모았다. 3시간이 걸렸다. 문제는 이제는 그려야 하는데 PPT 구도가 머리에 떠오르지 않는다
4. 이대로는 답이 없어서 PPT 템플릿들을 들여다본다. 보다 보니 이런것도 있구나 하면서 많이 배우는 느낌이다.
5. 5시간이 지났다. 그런데 어떻게 그릴지 여전히 막막하다...
6. 팀장님께서 이제 얼추 그렸냐고 물어보신다. 일단 다른일이 급해서 아직 착수하지 못했다 보고드렸고, 오늘 밤에 마무리 지어서 내일 아침에 보실 수 있게 하겠다고 둘러댔다. 오늘 야근 각이다...
문제의 근인: 메시지간의 관계를 고민하지 않았다
위 사례를 보면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표면적으로 드러난 문제는 "PPT 그리는 것이 익숙치 않다"가 되겠습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에는 PPT 그리기가 익숙치 않다는 것은 부가적인 문제 중 하나일 뿐입니다.
핵심은 핵심메시지에 집중해서 이를 뒷받침하는 부가메시지를 확정짓지 않았고, 그래서 핵심메시지와 부가메시지 간의 인과관계, 연관관계를 고민하지 않았고, 그래서 PPT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아 그리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위 사례에서 팀장님께서 말씀하신 내용과, 본인이 서치한 내용들을 키워드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은데, 아래 글만 보고 나열만해서는, 누가 봐도 뭘 말하는지 모르겠으니, PPT도 진도가 안나가는게 당연한 일입니다
- 여신 시장이 얼어붙었다
- 금리가 계속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 다중채무자들의 어려움이 가중된다
- 금융기관의 영업손실이 지속된다
- 미국 연준 파월 의장의 신중한 금리인하 기조
- 한국은행 9연속 금리 동결
개선방향: PPT 1장을 그리더라도 메시지간의 관계를 고민해야 한다
위와 같은 파편적인 정보들을 취합하기 위해서는 논리적으로 잘 구성된 메시지와 흐름을 짜는 것이 중요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핵심메시지와, 이를 back-up하는 부가메시지의 인과관계, 귀납관계를 정의하고, 그 관계가 잘 드러나야 PPT의 상단, 하단, 좌우에 어떤 내용을 배치할지 계획이 설 테니까요
위 사례를 다시 핵심메시지, 부가메시지, 관계로 다듬으면 아래와 같습니다
[Step 1] 일단 아는 내용을 토대로, 가설적으로 핵심메시지와 부가메시지 뼈대 짜기
만약 제가 위 사례의 담당자였다면, 우선 팀장님으로 부터 받은 내용을 토대로, 핵심메시지와 부가메시지를 구분하고, 그들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려나갈 것입니다
[예시]
핵심 메시지 = 여신 시장이 얼어붙었다
- 부가메시지 1(여신 시장의 수요감소): 고금리가 유지되니 대출 부담이 커지고, 그래서 대출 수요가 줄었을 것
- 부가메시지 2(여신 시장의 공급감소): 고금리가 유지되니 금융기관의 조달비용 증가로 영업손실이 지속될 것
[Step 2] 찾았던 내용들을 활용해서 부가메시지에 살 붙일 것 고민하기
그리고, 틀을 짜다보면 분명히 연결할 수 있는 내용도 있고, 비어 보이는 내용도 있게됩니다
여기서 관건은 자신의 논리를 믿고, 아는 것은 연계시켜 배치하고, 모르는 부분은 비어있는 채로 방치하는 겁니다
[예시]
핵심 메시지 = 여신 시장이 얼어붙었다.
- 부가메시지 1(여신 시장의 수요감소): 고금리가 유지되니까 대출 부담이 커지고, 그래서 대출 수요가 줄었을 것
- 보조메시지 a: "한국은행 9연속 금리 동결"을 부가메시지 1의 근거 자료로써 활용
- 부가메시지 2(여신 시장의 공급감소): 고금리가 유지되니까 금융기관의 조달비용 증가로 영업손실이 지속될 것
- 보조메시지 a: ??
[Step 3] 부족한 부분 다시 서치 및 보완
그 이후, 비어있는 내용의 경우, 본인이 생갔했던 가설에 맞추어 새롭게 내용을 조사 & 보완해야 합니다
[예시]
핵심 메시지 = 여신 시장이 얼어붙었다.
- 부가메시지 1(여신 시장의 수요감소): 고금리가 유지되니까 대출 부담이 커지고, 그래서 대출 수요가 줄었을 것
- 보조메시지 a: "한국은행 9연속 금리 동결"을 부가메시지 1의 근거 자료로써 활용
- 보조메시지 b: "집값 하락으로 인한 주담대 대출이 메말랐다"를 새로 조사하여 활용
- 부가메시지 2(여신 시장의 공급감소): 고금리가 유지되니까 금융기관의 조달비용 증가로 영업손실이 지속될 것
- 보조메시지 a: "저축은행의 업권 전반의 영업 손실 기록" 기사를 찾아 근거 자료로써 활용
- 보조메시지 b: "PF부실 현실화로 인해, 금융권 전반의 여신 축소 기조" 기사를 찾아 근거자료로써 활용
[Step 4] 읽히기 쉽도록, 메시지 가다듬기
마지막은 다시 팀장님께서 주총때 보고하실 수 있도록, 처음보는 사람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메시지를 가다듬는 것입니다
[예시]
핵심 메시지 = 당사의 비즈니스 환경은 유래없는 혹한기에 직면 (주총 보고에 필요한 메시지)
- 부가메시지 1(여신 시장의 수요감소): 지속적인 고금리 기조, 주담대 시장의 급격한 침체로 시장 전반의 수축기 돌입
- 보조메시지 a: 국내 기준금리는(한국은행) 9연속 고금리가 유지되고 있어, 차주의 대출 부담이 커지고 있으며
- 보조메시지 b: 가시화되는 부동산 가격 하락장은 그 동안 성장을 견인했던 주담대 시장의 급격한 축소를 야기
- 부가메시지 2(여신 시장의 공급감소): 이와 동시에, 금융기관 전반의 영업악화로, 여신 공급마저 메마르고 있는 상황
- 보조메시지 a: 조달금리에 민감한 저축은행은 실제로 업권 전반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 보조메시지 b: 특히, 올해부터 현실화된 PF부실 사태는, 금융권 전반의 여신 축소로 이어짐
결론: 핵심메시지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논리적 관계를 항상 고민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위 사례로 돌아가 실패 원인을 찾는다면, 처음 방향성을 잘못잡고 시간을 허비했다는데 있습니다. 찾았던 내용들의 상당수는 팀장님께서 요청하신 자료와 매핑시키기는 어려운 자료들이 많으니까요
(물론 논리적 구조를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활용되지 못했던 정보도 활용될 수 있습니다 ^ ^)
[예시: 위 사례에서 찾았던 정보들 중 활용했던 정보들]
- (활용) 여신 시장이 얼어붙었다
- (활용) 금리가 계속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미활용) 다중채무자들의 어려움이 가중된다- (활용) 금융기관의 영업손실이 지속된다
(미활용) 미국 연준 파월 의장의 신중한 금리인하 기조(미활용) 다중채무자 부담 가중- (활용) 한국은행 9연속 금리 동결
- (신규 조사) 주담대 대출 급감
- (신규 조사) 저축은행 업권 전반의 영업손실
- (신규 조사) PF부실 현실화로 금융권 전반 여신 축소
머리가 안좋으면 몸이 고생하듯이, 처음 핵심 메시지, 부가 메시시, 보조 메시지로 내려오는 이 메시지의 관계를 잘못 설정하게 되면 시간이 증발되고,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오히려 정보의 바다속에서 분류도, 관계 설정도 못한채 머리만 더 혼란스러워질 뿐입니다
반대로, 제가 개선방향에 쓴 내용들을 복기해보면 아래와 같은 시사점이 있습니다
(1) PPT를 그리기 전에도 항상 고민부터 해야 한다
(2) 고민을 한다는 것은 핵심메시지 <- 부가메시지 <- 보조메시지로 이어지는 논리적 구조가 잘 엮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3) 따라서, 처음 보고서를 시작할때 가설적인 논리적 구조부터 세우고 작업에 착수해야 하며
(먼저 PPT그리거나 조사하지 말고, 논리적 구조에 맞추어 조사를 해야 함)
(4) 그렇게 방향성 먼저 제대로 잡게 된다면 시간적 효율성과 완성도 높은 보고서를 경험할 수 있다
PPT에 들어갈 내용, 배치도 공유하려 했는데, 글이 너무 길어지는 것 같아, 다음번에 기회되면 공유하겠습니다
모쪼록, PPT에 먼저 손대지말고, 다들 고민부터했으면 좋겠네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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