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을 앓고 있는 가족이 있다면, 다들 십분 공감하실겁니다. "우리 가족을 어떻게 병원에 데려갈 수 있을까?" 이게 진짜 어렵거든요
당장 우울증 증상이 심각하다면 일단 급한불 끄는 마음으로 병원에 데려가서 약이라도 처방받으며 진정시키고, 그 이후에 운동이든, 취미든, 규칙적인 생활이든 리듬 타면서 자가 치료를 병행할 수도 있겠지만, 우선적으로 병원 조차 가지 못한다면 회복은 고사하고 증상이 악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렇다고 강제로 병원에 데려가는 방법도 있겠지만, 꼭 좋은 방법도 아닙니다. 우울증은 조현병과는 다르게 병 치료 후에도 계속해서 기억될 수 있기 때문에, 강제 입원은 당장 병원 치료를 받을 수는 있어도 마음에 상처로 남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어떻게 하면 내 가족을, 마음에 상처 없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공유드리려 합니다
목차
근인: 왜 병원에 가지 않을까? → 병에 대한 자기 인식(병식: 病識)이 없기 때문
어떻게 환자에게 다가가야할까?, 어떻게 병식을 알게 할 수 있을까?
결론: 결국 낙수물이 바위를 뚫듯이 꾸준하게 인내심을 가지고 접근해야 합니다
근인: 왜 병원에 가지 않을까? → 병에 대한 자기 인식(병식: 病識)이 없기 때문
보통 가족이 우울증을 앓고 있고, 그래서 병원에 가자고 하면 아래와 같은 상황을 의례 맞닥드리게 됩니다
부모님: 얘야, 너무 우울하면 병원가는게 좋지 않겠니?, 엄마랑 같이 갈까?, 집에만 있는다고 해결되는건 아니잖아
환자: 싫어, 밖에 나가기 싫고, 밥도 먹기 싫고, 얘기도 하기 싫어, 나한테 말걸지 마
부모님: 너 이렇게 방에만 있으면 더 심해져, 빨리 병원가서 치료 받고 회복해야 빠르게 일도 잘 하지
환자: 아파서 그런거 아니야, 내가 못나서 그런거야...그리고 왜 뭔가 자꾸 요구하는거야, 힘든데, 죽을 것 같은데...
위 사례를 살펴보면 사실 부모님 말씀이 백번 다 맞는 말입니다, 근데 환자 입장에서는 맞는 말 보다는, 지금 당장의 무력감, 우울감에 지배당해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자기 스스로 치료하겠다는 의지가 꺾인, 그 어떠한 활동도 하기 싫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러한 상태를 병원에서는 전문용어로 "병식"이 없다고 표현합니다. 병식이란 자기 병에 대해 스스로 "내가 아프다"하고 인식하는 것도 있지만, "스스로 치료를 받겠다는 의지"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울증 환자 입장에서는 (특히 제 경험에 비추어 말씀 드리면), (1) "내가 아파서 그런 것이 아니다, 내가 못나서 그런 것이다"라는 생각에 휩싸여 "나 자신이 아프다"는 생각을 못하는 경우도 있고, (2) 내가 아프고 비정상적이다라는 점은 인지하고 있으나 무기력과 무력감에 휩싸여 외부 활동을 안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떻게 환자에게 다가가야할까?, 어떻게 병식을 알게 할 수 있을까?
위의 사례처럼 무기력, 우울감에 지배당한 환자들 입장에서는 무슨 말을 하더라도 듣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게 됩니다. 그 이유는 말을 들을 준비가 안되었기 때문이에요. 따라서, 말을 들을 준비가 되게끔 마음의 문 부터 열고, 그 이후에 차근차근 병원에 가자고 권고해 볼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제 경험에 비추어 말해보자면, 결국 아래 5가지 내용이 환자의 마음의 문을 열고, 병원에 갈 수 있도록 권고하는데 중요한 요소라 생각합니다
- (1)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 (2) ...항상 칭찬/격려하는 말을 하며,
- (3) 그래서 환자가 자신의 어려움, 우울감, 무기력증을 털어 놓을 수 있게 하고
- (4) 조금씩 외출, 산책을 나가기 시작하고
- (5) 그래서 병원에도 방문 할 수 있게 권고하자
(1)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말을 해야 한다
저 역시, 우울증을 앓고 있을 때 저에게 수 많은 분들이 격려와 위로를 해주었습니다만..., 지금 와서 맨정신에 생각해보면 참 다들 고마운 분들이지만, 당시 우울감에 지배당했을 때에는 사실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독이 된 경우도 있었던 것 같아요
일례로 직장 동료의 경우, 아무래도 어머니 보다는 저를 위해주는, 사려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적다 보니, 쉽게 말하는 경향이 있고, 그래서 환자 입장에서 "병원에 가라", "우울증 그거 금방 회복될 수 있어"라는 말 자체가 와닿지 않게 되는 것이죠
똑같은 말임에도 불구하고 누가 말하느냐에 따라 "이 사람은 나를 엄청 위해주고 있고, 그래서 이 사람말은 들을 필요가 있어"라며 스스로 필터링 하는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 어머니가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었고, 말 한마디 한마디 조심스럽게하며 저희 History와 왜 우울증을 앓고 있는지 가장 가까이에서 본 사람으로서 다른 사람말은 안들어도 어머니 말은 들었던 기억이 있네요
(2) 항상 칭찬/격려의 말을 아끼지 말자 (조금 과하더라도...)
두번째 중요한 요소는 항상 긍정적인, 칭찬과 격려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환자 가족이 어떤 말을 하더라도 귀에 안들리는 경우가 있는데, 그 이유는 우울감, 무기력, 자괴감에 빠져있기 때문입니다. 우울증이 부정적인 말을 오랫동안 지속되며 들었기 때문에 생겼다면, 반대로 우울감과 자괴감을 물리칠 수 있는 긍정적 말들도 오랫동안 지속되면 환자의 마인드도 바뀌고 무엇보다 환자의 가족과 대화할 계기가 마련되게 됩니다
저 같은 경우, 제 어머니께서 밥을 먹었다, 물도 먹었다, 약도 먹었다 등 아주 사소한 일이라도 항상 어린아이처럼 칭찬해주셨던 것 같아요 (당시 20대 후반이었습니다 ^ ^;;), 이런 말들을 계속 듣다보니 참 사소한 칭찬임에도 어머니께서 하시는 말씀이 귀에 들어오기 시작하고,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3) 그래서 환자가 자신의 어려움, 우울감, 무기력증을 털어 놓을 수 있게 하자
그렇게 환자의 가족과, 환자가 대화를 트기 시작한 이후 필요한 부분은 환자의 힘든 부분을 잘 경청하는 것입니다. 결국 우울감, 자괴감도 남에게 털어놓는다면 괴로움과 부정적인 생각은 절감되고 보다 일상적인 대화를 할 수 있게 됩니다
저 같은 경우, 어머니와 대화를 하기 시작하면서 증상을 상세하게 공유하는 자리를 많이 가졌던 것 같습니다. 디테일하게 손이 떨리고, 누워 있으면 어떤 부정적인 생각이들며, 머리는 아픈지, 멍한지 등의 이야기들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면 대화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또 제 얘기를 들으시는 어머니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면서 막무가내로 대화가 단절되고 방에 쳐박혀 우울해만하는 모습에서 벗어 났던것 같습니다
(4) 조금씩 외출, 산책을 나가기 시작하자
대화의 물꼬가 트기 시작했다면,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조금씩 밖으로 나가는 것입니다. 하다 못해 집 근처 공원이라도 가고, 편의점/마트라도 들르고, 외식이라도 하면서 "움직이고 행동"하는 것 역시 열어두는 것이죠.
특히 제가 여러번 블로그에서 언급드렸던 것처럼 우울감 해소에는 운동,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고, 그런 관점에서 밖에 나가서 햇빛도 쬐고 걷기도 하는 것은 너무나도 중요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겨울이 되어서 코트 한벌 사자고 하도 어머니께서 간곡하게 말씀하셔서 쇼핑몰을 한번 갔던 것 같구요, 그때 이후로 조금씩 스스로 편의점도 가면서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5) 마지막으로 병원에 가자고 권고하자
환자 가족과 환자가 대화가 트였고, 조금씩이지만 밖에 나가기 시작했다면 이제는 병원에 함께 가자고 권고할 타이밍입니다. 사실 마음에 문을 열기 전에 병원가자고 하면 십중팔구 그 말이 안들릴테니까요
특히 병원에 가자고 권고할때에는 "병원 가는 것이 꼭 심각한 병이 있어서 가는 것이 아닌, 의사 진단을 받고 의견을 들어보자"라는 식의 말로 병원 가는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무리 대화가 트였다 하더라도 여전히 병식이 없을 수 있기 때문이고,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환자 가족 입장에서 먼저 "엄마도 요즘 우울한데 같이 갈까?"하면서 부담을 줄여주는 말을 해주는 것도 좋습니다
결론: 결국 낙수물이 바위를 뚫듯이 꾸준하게 인내심을 가지고 접근해야 합니다
저 또한 환자 입장에서 이 글을 쓰며 지난날 어머니께서 저에게 해주신 정성과 노력들을 다시금 복기해보면 정말 어머니께서 인내심을 가지고 오랜 기간 노력하셔서 겨우 겨우 저를 병원에 데려갔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우울증 환자를, 강제 입원 없이 병원에 찾아가게끔 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무슨 말을 해도 들리지 않고, 오히려 섣불리 접근했다가는 마음의 상처로 남을테니까요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근인은 환자가 병식이 없기 때문이고, 무슨 말도 들리지 않는 상태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병원가자고 몰아붙이기 보다는 차근차근 대화부터 트이고, 그 후에 천천히 병원에 가자고 권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결국 환자 가족분들 입장에서는 오랜 시간 인내심을 가지고 참으면서 설득해야하는 일이고, 그러다 보니 직장 동료보다는 정말로 환자를 위하는 가족, 특히 어머님의 역할이 중요하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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