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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극복 방법

우울증 극복 방법 - 진짜 문제를(근인) 파악하고 위로하자, 역풍 맞지 말고 (a.k.a: 너도 나 무시하는거야?)

by 담담하게, 당당하게 2024. 3. 24.

우울증환자에게 잘못 위로했다가는 역풍 맞기 쉽상이다

"너도 나 무시하는거야?"

우울증을 겪고 있는 분들에게, 주변인(가족, 친구, 동료 등) 분들께서 괜히 도와주고 싶어서 격려하고, 위로했을 때 자주 듣는 말일 것입니다. 분명 도움이 필요해보이는데, 괜히 말했다가, 더 악화시키고, 관계도 틀어지고, 위로해준 분들도 스트레스 받고, 뭐 어쩌라는 건지... (주변인분들 입장에서는 조심한다고 말 했는데도 말이에요)

 

환자의 회복을 위해서는 주변인 (가족, 친구, 직장 동료 등)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역풍을 쉽게 맞다 보니, 뭘 어떻게 격려를 해주고 도와줘야할지도 망설이게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오늘은 환자 주변분들께서 이해하시기 쉽게, 환자 입장에서 느끼는 심리를 조금은 리얼하게, 풀어서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미리보는 오늘의 결론]

(1) 환자의 우울증 발전과정을 들여다 보면 진짜 문제를(근인) 알 수 있다
(2) 그러니, 무턱대고 표면에 드러난 문제를 해결할 것이 아니라, 진짜 문제를(근인)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3) 똑같은 위로를 해도, 그 근인을 존중하고 위로할 수 있는 말을 많이 해주어야 한다

 

 

 

우울증 환자의 문제 = 진짜 문제는(근인) 따로 있다

제 경험 상, 우울증을 앓을 때 가장 두드러지는 심리적 현상은 매사에 부정적이고, 자존감이 결여된다는 것이지만, 치료 관점에서, 환자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울증을 초래한 분명한 진짜 문제(근인)이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저 같은 경우는, 하도 일 못한다 가스라이팅을 오랜기간, 인격모독과 함께 듣다 보니, 근인은 일 못한다였고, 표면적으로 부정적이고 자존감이 결여되는 심리적 현상으로 발전해왔습니다

 

[환자의 부정적 생각 발전 과정]

  • step 1: 나는 일을 너무 못하는 것 같아 → 근인
  • step 2: 이 업무(프로젝트) 맡으라고 할때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 step 3: 이 회사로 이직 잘못한 것 같아
  • step 4: 이 직무(컨설팅)를 하는 것이 아니었어
  • step 5: 애초에 이렇게 빌빌 거리는데 다른 일을 했어도 못했을꺼야
  • step 6: 태어나질 말았어야 했어, 봐, 엄마도 딱히 대안도 없고, 자기 일 바쁘다고 나한테 관심도 없잖아
  • step 7: 죽고싶다, 어차피 살아도 밥만 축내고, 지금처럼 무기력하고, 아무도 안슬퍼해줄것 같은데 뭐

 

그러므로, 먼저 우울증은 진짜 문제부터(근인), 부정적인 생각이 확장되면서 자존감이 결여되고, 삶의 의욕이 떨어지는 과정이라 볼 수 있습니다.

 

 

 

우울증 환자 주변인이 섣불리 위로했다가 역풍 맞는 이유

반면, 환자 주변인분들께서 도와주려다가 역풍을 맞는 이유은, 환자의 진짜 문제가(근인) 아닌, 표면적 문제에 집중해서,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왜냐하면, 환자 주변인분들 입장에서는 진짜 문제(근인)이 뭔지 잘 파악하지 못할테니까요 (사실 진짜 문제가 뭔지는 본인이 제일 잘 알 수 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입 밖에 잘 내지도 않구요)

 

예를 들어, 제가 우울증을 겪었을 때는, 제 친구가 표면적 문제만 바라보고 격려를 했었고, 저는 이렇게 쏘아붙였었습니다

친구: "너무 걱정마, 다른 회사 가면 되지, 세상에 좋은 회사 많아"
환자: "나 일 못하는거 인정하고 나가라고?, 너도 나 일 못한다 생각하는거야?, 너도 나 무시하네?"

 

이 문제를 아까 말씀드린 부정적 생각의 발전과정이라는 프레임워크에서 생각해보면, 환자 주변인과 환자 사이에 발생하는 역풍의 본질은 환자가 생각하는 진짜 문제와(근인), 환자 주변인이 생각하는 문제가(표면적 문제)가 다름에서 발생하는 차이라 생각합니다 (아래 발전과정 참고)

 

[환자와 환자 주변인의 생각의 차이]

  • step 1: 나는 일을 너무 못하는 것 같아 → 환자가 생각하는 근인
  • step 2: 이 업무(프로젝트) 맡으라고 할때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 step 3: 이 회사로 이직 잘못한 것 같아 → 환자 주변인이 생각하는 표면적 문제 (예: 회사가 문제면 이직해)
  • step 4: 이 직무(컨설팅)를 하는 것이 아니었어
  • step 5: 애초에 이렇게 빌빌 거리는데 다른 일을 했어도 못했을꺼야
  • step 6: 태어나질 말았어야 했어, 봐, 엄마도 딱히 대안도 없고, 자기 일 바쁘다고 나한테 관심도 없잖아
  • step 7: 죽고싶다, 어차피 살아도 밥만 축내고, 지금처럼 무기력하고, 아무도 안슬퍼해줄것 같은데 뭐

 

실제로, 저 같은 경우는 위 부정적 생각 발전과정에서는, Step 1~2까지는 입 밖으로 잘 내지 않고, Step 3쯤 되었을때 주변인에게 조금씩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나 우울해라는 표정을 짓고 있으니, 아주 조금씩 힌트를 던져주는 느낌으로 말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친구 입장에서는 Step 3가 진짜 문제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렇다면, 뭐라고 말해야 할까?

따라서, 환자 주변인 입장에서 표면에 드러난 문제만을 보고 관련된 격려, 칭찬, 문제해결을 해주려고 하면 안됩니다. 진짜 문제는 근인("일을 못하는 것 같아")이기 때문에, 그 근인을 위로하고 존중할 수 있는 말들을 해주셔야 해요

 

제가 주변인들로부터 들었던 말들 중 도움이 됬던 말, 안되었던 말을 구분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도움이 되었던 말]

  • 너 원래 전 직장에서도 일 잘한다고 소문난 놈이었어, 괜히 기죽지 마
  • 너 잘하잖아, 그냥 이번 프로젝트가 워낙 힘든 거라서 그래, 할 수 있어
  • 그냥 그 XXX 상무가 인격모독해서 그런거야, 너 자신은 대단한 놈이니까 걱정하지마
  • 설령 다른일을 찾는다 하더라도 너는 잘 해낼꺼야, 너 군대에서도 일 벌레였었잖아, 너는 너가 하는 일을 사랑할꺼고, 그러니까 잘하게 되어있어, 걱정 마

[도움이 안 되었던 말]

  • 야 그냥 이직해, 세상에 너 받아줄 회사가 그거 하나냐?
  • 그냥 프로젝트 approach(접근 방법)를 잘못한거 아니야?
  • 엄마가 기도하고 있어, 다 잘될꺼야
  • 너 이번일 극복 못하면 50대 되서 리어카 끌면서 산다

 

우선 도움이 되었던 말부터 정리하면, 공통점은 "진짜 문제(근인)"를 위로하고 존중해주어서, 자존감을 높여줬다는 겁니다. 하나 같이 "너 일은 잘해(진짜 문제(근인)), 근데 외생적 변수 때문에 우연찮게 벌어진 사고니까(프로젝트 탓, 직장 상사 탓 등) 힘내렴"이라는 메시지였습니다

 

반대로 도움이 크게 되지 못한 말들의 공통점은, "진짜 문제(근인)과 크게 상관이 없거나, 진짜 문제(근인)을 지적해서 자존감을 낮추는 말"들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이직하라는 얘기는 괜히 일 못해서 쫒겨난다는 인식이 생기고(간접적으로 너 일 못해라고 인정했다고 생각함), 프로젝트 접근방법이 잘못되었다, 이번 일 극복 못하면 큰일난다라는 것은 일 못한다라고 얘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고(왜냐하면 환자는 자신감이 결여되었기 때문), 기도하고 있다는 진짜 문제와 상관이 없으니 위로가 안됩니다

 

 

 

진짜 문제(근인)을 파악하고, 조심스럽게 얘기해보세요

지금 생각해보면 병원에 갔을 때, 항상 의사선생님과 20~30분 대화, 이후 처방하는 방식이었는데, 여기서 20~30분의 대화는 처방한 약이 잘 맞는지 확인하는 것도 있지만, 우울증의 발단 계기였던 진짜 문제(근인)을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의사선생님께서는 약이 어느정도 맞기 시작해서 회복의 궤도에 오르기 시작하면, 그 다음부터는 도움이 되는 말들을 골라서 해주셨엇으니까요 (실제 전직장, 연봉, 승진연한도 다 미주알고주알 물어보시더니 이런 얘기도 하셨었습니다 - "아니 20대 초반에 그 정도 연봉이면 일 진짜 잘한다는 거잖아요, 승진도 빨리 하셨다면서요, 그냥 지금 하시는 프로젝트가 문제 아닐까요?")

 

돌아가서 생각해보면, 진짜 문제(근인)을 찾는다는게 정말 쉽지 않은 일입니다. 환자는 말을 잘 안하고, 진짜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 대화를 시도하기도 어렵고, 괜시리 말 걸었다가 짜증만 내니까요

 

그럼에도 인내심을 가지고 잘 위로하고, 격려해주고, 존중하셔야 합니다. 사실 환자를 잘 이해해야 진짜 문제(근인)이 무엇인지 파악하기도 수월한데, 그럴 수 있는 사람은 사실 가족 밖에 없으니까요

 

부디, 환자 주변인분들께서는 빠르게 진짜 문제(근인)을 잘 찾아내셔서, 조금 더 수월하게, 의미있는 격려와 칭찬으로 빠르게 회복되는 방법을 찾으시면 좋겠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