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약물치료 이후 중요한 것은 두려움, 쫄림에 대한 자기극복
우울증 이후 약물치료를 받았다면, 그래서 어느 정도 회복이 되었다면, 앞으로 남은 것은 재활입니다. 우울증으로 인한 심리적, 나아가 신체적 변화에 대한 급한 불은 끈 상태이기 때문에, 정상 상태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자기 스스로 두려움, 우울함, 떨림, 쫄림을 극복할 필요가 있어요
우울증을 겪었던 제 입장에서, 전략컨설팅을 하다가 도망치고, 다시 복귀했으나, 팀장으로 승진을 앞두고 있었던 저에게 있어, 팀장으로써 프로젝트를 1개 맡아서, 오롯이 해내라는 것은 사실 엄청난 쫄림, 두려움과 직면하는 일이었습니다
오늘은 그런 제게, 당시 여자친구(지금의 와이프)가 해주었던, 두려움을 극복하고 도전할 수 있게 해주었던 이야기를 하나 들려드리려 합니다
생각해보니 코끼리를 어떻게 길들일까?, 세상에서 제일 큰 동물인데...
서커스에서 코끼리를 어떻게 길들이는지 아시나요?, 태어나자마자 사람을 따르지도 않을 것이고, 특히 코끼리는 지구상 가장 무게가 많이 나가고 힘도 센 동물인데 말이죠 ^ ^;;
제가 들었던 "코끼리를 길들이는 방법"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코끼리가 어렸을때부터 말뚝에 묶어놓아 그 주위를 벗어나지 못하게 한다
(2) 아기 코끼리는 어리고 힘도 적어서 말뚝의 반경을 벗어나지 못하고, 결국 학습되어 자신의 행동반경을 정하게 된다
(3) 당연히, 말뚝 주위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온갖 먹을것, 마실것을 제공하는 사육사에게 그렇게 길들여진다
(4) 코끼리가 성체가 되더라도, 실제로 체격이 엄청 커져도 학습된 습관, 무기력으로 인해 그 말뚝 주위를 벗어나지 못한다
무기력은 자기 자신으로부터, 오랜 기간 학습되어 단단해진 종양같은 것입니다
사실 이 이야기는, "합습된 무기력"을 설명하는 이야기입니다. 네이버 사전에는 아래와 같이 나오는 군요
코끼리 이야기 외에도, 개에게 전기충격을 지속적으로 주었더니, 피하지 않고 견디는 실험결과도 있었다고 하네요
이렇듯, 무기력이라는 것은 사실 강하고 짧은 충격에서 오는 것이 아닙니다. 더 무서운것은 반복적이고, 오랜 충격이 사람을 길들이고, 그래서 무기력해지는 것 같아요 (마치 성체가 되었음에도 말뚝 반경을 벗어나지 못하는 어른 코끼리처럼요)
저 역시 "학습된 무기력"에 지배당한 상태였습니다
당시 제 상황으로 다시 돌아가보겠습니다
전략컨설팅 4년차, 대리~과장급 컨설턴트(Senior consultant)에서 우울증이 왔었고, 6개월 쉬고(2개월 휴가, 4개월 워라밸 좋은 타 부서에서 근무), 이후 다시 컨설팅으로 복귀, 1년 반 정도 프로젝트에 투입되어 성공적으로 재활되었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문제는, 팀장으로써 일한다는 것은, 더 많은 스트레스에 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대리~과장급 시절(Senior consultant)에는 팀장 하나 바라보고, 스트레스가 온다면, 사실상 팀장으로부터만 올테니, 그럭저럭 견딜만 했습니다 (실제로 복귀 후 1년반 정도 단단해졌구요), 반대로 팀장이 된다는 것은, 같이 일하는 부하직원, 고객사, 파트너로부터 스트레스를 직접 받고 견뎌야 하는 역할이라는 뜻이고, 제 입장에서는 스트레스가 3배 이상이 된다는 뜻이었습니다 (아마 우울증 겪어보신 분들은 아실꺼에요, 이게 어떤 의미일지...)
그러다 보니, 회사 상사, 동료, 팀원 분들이 "복귀해서 돌아왔잖아, 너 잘하잖아, 무슨 걱정이야"라고 말씀을 주셔도 솔직히 두렵고, 손떨리고, 한숨만 늘었던 것 같습니다. 마치 이제는 다 회복되어서 말뚝을 뽑고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어른 코끼리가 되었는데도 말이죠 ^ ^;;
어떻게 깼냐고요?, 팀장 승진 권유를 거절하지 않았고, 쫄려도 해봤더니 그냥 되는거였더라구요
사실 당시 회사에는 팀장급 인력도 상당히 부족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회사 입장에서는 직무역량이나, 경험이나 당장 팀장 시킬 사람이 저 밖에 없었구요
그래서, 그냥 물 흐르듯 거절하지 않고 팀장이 되어 프로젝트를 하기로 했었습니다. 왜냐하면 거절하기에는 또 쫄리고(왜냐하면 무쓸모 컨설턴트라는 낙인 + 진급 누락이라는 낙인이 두려워서), 사실 주변에서 한번 해보자고 많이 격려를 해주셨었어요 ^ ^;;
특히 제가 모시던 파트너님께서 제게 힘을 실어주는 말도 기억이 납니다
현의야, 우울할 수 있고, 스트레스가 무서울 수 있는데, 어떻게 스트레스를 안받겠니, 누구나 스트레스는 받고 중요한건 참는 것이 아니라 빠르게 회복하는 거야, Resilience라는 책도 나왔잖아
일이 잘되고, 비판받지 않으면 우울하지 않겠지, 그런데 뭔가를 해야 또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거잖아, 가만히 있으면 그냥 가마니가 되는 거고, 그러면 또 우울해질꺼야, 그러니까 조금씩, 차근차근, 용기를 내서 한번 해보는 거야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와이프가 말해준 "코끼리 이야기", 파트너님께서 말해준 "한번 해보자", 이 외에도 어머니께서 말씀해주신 "너 원래 프로젝트 혼자 씹어먹던 놈이야"라고 상기시켜주셨던 말들이 저에게 아주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결과적으로, 팀장으로써 처음해보는 저축은행 프로젝트를, 팀원과 파트너, 이사님의 많은 도움으로 성공적으로 끝마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 과정은 쉽지 않고 힘들었었습니다. 설 연휴에도 하루도 쉬지않고 일했었고(팀원들에게는 쉬라고 하고...), 불안해서 잠도 잘 못잔적도 많습니다
그래도 그 프로젝트가 끝난지 2년이 지났는데도, 가끔 고객사에 연락하거나 찾아뵈면, 아직도 "최팀장"으로 잘 맞아주세요 ^ ^;; (제 입장에서는 고난과 역경을 이겨낸 훈장 같습니다)
아이고, 최팀장, 이게 얼마만이야, 잘 지냈어?, 결혼했다면서, 나한테는 왜 청첩장 안보냈어 섭섭하게 ^ ^
그때 최팀장 승진하고 첫 프로젝트였어?, 난 팀장 승진한지 쫌 된줄 알았어
우리 프로젝트 또 해야지!!, 경기 풀리고 리테일 사업 확장하게 되면 그때 또 얘기하자고!!
두려운 것이 아니라 회복될 수 있는 기회입니다. 무기력을 깰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단 한명, "나"에요
보통 우울증을 겪고, 약물치료를 잘 받아서 회복되어도, 정상적으로, 의욕적으로, 진취적으로 사회생활을 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립니다
그리고 환자가 아닌 주변인분들은, 환자가 정상적으로 회복될때까지 단순히 시간이 걸린다고 생각하세요. 환자 입장에서는 수 많은 자기갈등과, 자기극복, 스트레스 속에서 몸부림 치고 있어요. 마치 말뚝에 매인 성체 코끼리가, 수도 없이 말뚝 밖으로 나갈까 말까 생각하는 것처럼요 (물론 인간의 눈에는 코끼리가 말을 못하니 그렇게 고민하는 줄도 모르겠죠)
그러니 환자 분들 입장에서 당시 저와 같이 무언가에 도전할 기회가 있엇다면 엄청 쫄리시는 상황일겁니다.
오늘 이 글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은 이겁니다
제 경험상 그냥 하면 되요, 걱정했던게 100이면, 그냥 하니까 걱정이 10 정도로 줄더라구요
실제로 팀장으로써 프로젝트 들어가기 1주일 전부터는 엄청 쫄리고 잠도 잘 못잤지만,
막상 들어가서 3일 정도 해보니 꿀잠 잤습니다...
걱정을 한다고 걱정일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막상 도전해보면 걱정이 줄어들어요
돌이켜 보면, 환자를 쫄리게하는 무언가는, 두려워할 대상이 아니라, 성장과 극복의 기회였던 것 같고, 그 의사결정을 내가 하지 않으면 아무도 도와주지 못해요, 결국 해내야 합니다
부디 걱정보다는 도전하면서 이전보다 더 단단한 사람으로 성장하시길 바랍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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