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무거운 얘기를 좀 하고자 합니다. 저도 6년전 우울증 판정 이후, 아직까지 약을 먹는 사람으로써, 그리고 항상 병원에 갈때마다 환자 예약이 꽉 차 있다는 점에서, "우울증 극복 방법"은 당사자 또는 가족분들이라면 아시면 좋은 내용 인것 같습니다
특히, 오늘은 제 경험담을 들려드리고, 그래서 가족 입장에서, 쉽게 병원가자는 말을 못하는 상태에서, 어떻게 우울증인지, 전조증상이 있는지 가늠해볼 수 있을까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왜 걸렸나?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제가 우울증에 걸렸던 배경은 3가지가 모두 모인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 "직장 상사의 가스라이팅 및 인격모독"
- 그리고 당시 경력직 이직 후 얼마 안되었었기 때문에 "내 자신을 증명해야한다"라는 압박감
- 제 성격상 "내가 책임져야해"라는 성격
이 3가지 요소가 더해져서, 제 자신을 더욱 가혹하게, 스스로를 부정해가면서, 잠도 줄여가며 일하다 보니 우울증이 심해졌던 것 같습니다
얼마나 심각했었나?
결과적으로 "안좋은 생각을 했었고, 그걸 실천했었습니다". 다행히 생명에 지장은 없었고, 손목에 붕대감는 수준이었지만, 이때에는 가스라이팅 당했던 저 조차도, "이건 병이다"라고 인식할 정도였었습니다 (제 경험상 자기부정이 심해지는 사람의 경우, 우울증이 병이 아니라, 내가 못나서 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제가 경험했던 증상들을, 제 나름대로 정리하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특히 제안서 4주 + 프로젝트 18주 업무를 하면서 걸렸던거라, 의도치 않게 증상의 기간별 트랙킹이 쉬운것 같네요)
- 정상(초기 4주): 이직했는데 얼토당토 않은 상사가 이 회사는 그렇게 일 안한다고 으름장 놓으면서 가스라이팅, 당하다 보니 엄청 스트레스 받으면서 일탈 (안먹던 술을 엄청 먹는다던지...)
- 증상잠복(5주차~8주차): 프로젝트 투입 후 일을 못한 소리 들으니, 웬지 진짜로 내가 못나서 팀이 고생하는 것 같고, 잠을 줄여서라도, 내가 해내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밥먹듯이 야근 (이때는 통상 새벽 2시~3시에 취침, 아침 7시반에 기상)
- 증상으로는 심적인 쫄림, 압박감에 계속 시달림
- 엄청 예민해져서, 일 외에 다른 사람이 뭔가 부탁하면 엄청난 짜증과 분노를 쏟아냄
- 증상발현(9주차~12주차): 중간보고가 임박함에 따라 고객사도, 같이 일하던 부하직원도, 팀장도, 파트너도 다 하나같이 예민해져서 일 못한다 압박, 특히 직장상사는 정말 심각한 인격모독 시전
- 증상으로는 손떨림, 오랜 기간 숙면부족으로 인한 만성피로, 그로 인한 멍때림, 머리 안돌아감 등
(흰것은 종이요, 검은것은 글씨니, 생각하고 싶어도 생각을 못하는 단계에 이름) - 특히, 이때부터 부정적인 생각에 브레이크를 못걸고, 점점 "나는 왜 태어났을까" 등 생각을 하기 시작
- 잠은 이미 아침 7시반 기상~새벽 4시 취침이 기정 사실로 되어버림
- 증상으로는 손떨림, 오랜 기간 숙면부족으로 인한 만성피로, 그로 인한 멍때림, 머리 안돌아감 등
- 증상확대(13주차~16주차): 우울한 상태에서 남들이 내 탓을 하기 시작하면 무력하게 제가 잘못했습니다하는 방식으로 성격이 바뀜. 우울한 마음과 상처는 더욱 기하급수적으로 확대 → 끝내 사고날뻔함
- 증상으로는 머리를 써가며 일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매사, 매 말한마디, 모든 남들과의 상호작용에 대해 고민하고, 우울해함
- 일을 해결하고자하는 의지는 진작에 없어졌고, 뭔가 교통사고나서 이 상황을 빨리 탈출하고 싶어함
- 교통사고가 내 맘대로 나기 어려우니 나쁜 마음을 먹기 시작
- 퇴근은 진작에 새벽 1~2시에 했지만, 나쁜 생각을 멈출 수가 없음, 결국 새벽 5시 반쯤에 울다 지쳐서 잠듦
- 아침 6시반쯤에 잠에서 깸 (오늘 할일도 못하면 또 쿠사리 먹을께 뻔하니...), 3~4주 동안 무한반복
전조 증상이랄 것이 있는가?
제일 중요한건 병원가서 진단 받는 것이라 말씀드리겠지만, 보통 우울증 환자분들은 "병식"이 없으신 분들도 계십니다(저 같은 경우 "아픈게 아니라, 내가 잘못해서 그런다"고 항상 얘기했던 것 같네요). 그래서 인터넷에서 자가진단 설문지를 찾으셔서 작성하셔도 좋지만, 환자분들은 그것 조차 거부하는 편입니다
위에 history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가장 간단하게, 설문조사 없이도 우울증임을 가늠해볼 수 있는 지표는 식욕(밥 안먹음, 입맛이 없음) + 취침시간(피곤해도 밤~새벽에 잠을 못듦)이 되겠습니다 (제 경험입니다, 정확하지 않습니다)
저도 하루에 한끼만 먹었던 것 같고, 16주? 정도에 약 15kg 정도 빠졌던 것 같습니다 (운동 1도 안했습니다). 취침시간은 말할 것도 없이 장기간 하루 3~4시간 정도 잤던 것 같구요
실제로 병원가면 제일 처음 우울증 진단 설문지를 작성하게 되고, 병원 의사선생님께서 진단서 보시면서 첫 질문을 이걸로 하셨었습니다. "잠은 잘 주무시나요?, 하루에 몇시간 주무세요?". 그리고 실제로 최초 병원에 갔을때에는 수면제 성분의 약이 포함되어 있었구요 (잠이 정말 중요합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이런 지표(식욕 + 취침시간)를 통해 우울증임을 판단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가늠해보시고, 그래서 어르고 달래든, 같이 진단을 받든, 어머님, 아버님, 형제, 자매분들이 연차를 쓰고, 오늘 장사 접는 한이 있더라도 귀한 자식 데리고 병원에 데려가야 하는지 판단하시는데 참고하라는 뜻입니다
약 먹으면 당장 급한불 끌 수 있습니다. 사실 급한불을 꺼야(병원에 가서 물리적으로 약물치료로 우울감을 줄이기 시작해야) 그때부터 가족들이 도와주면서 약물 치료 + 자기극복 병행하면서 회복이 시작되는 겁니다
두번째 하고 싶은 말은, 물리적으로 정신과의원 예약 잡기가 너무 힘든 세상이니, 미리 알고 미리 대비하면 환자, 그리고 가족분들의 어려움을 최소화 시킬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통상 2주~1달 전에 잡아야하는데,문제는 환자는 오늘~내일 뭔가 사고칠것 같으니까요...)
부디, 도움이 되는 글이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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