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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 & Life

스타트업 이직 전 필요한 각오

by 담담하게, 당당하게 2024. 3. 7.

저는 스타트업 이직한 후 2년차 된 상황입니다. 총 경력은 10년차이구요 (전략컨설팅 8년, 스타트업 2년차)

 

예전 대비 유동성이 수축되다 보니, 스타트업 투자도 드물어졌고, 그러다 보니 사업이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정적 근무환경 보다는 본인이 원하는 경험을 쌓거나, 비전을 이루고 싶다거나 등 다양한 이유로 스타트업에 관심을 가지시는 분들도 많으신 것 같아요

 

오늘은, 실제 이직을 한 사람으로써, 그래서 만족하고 다니는지, 단점 보다는 스타트업 이직 시, 필요한 각오는 무엇인지 적어보려 합니다

 

 

 

왜 이직을 했는가?

이유는 크게 3가지였습니다만, 첫번째 이유가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 요인이었습니다

 

  • 전략컨설팅을 하면서 만났던 열정적인 고객사 임원분처럼(대표님, 본부장님, 상무님 등등) 사업을 직접 진두지휘하면서 0에서 1까지 만들고, 1에서 10까지 scale-up하는 일을 직접 해보고 싶다
  • 이대로 사무실에만 갇혀서 전략기획, 사업기획, 보고서 작성만 하다가는 실무도 모르면서 허울좋은 경영 전략만 떠드는 반쪽짜리 전문가가 될 것 같다
  • 특히 전략컨설팅 인력 구조상, 일 잘하기 시작하는 3~5년차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팀장일 계속 했다가는 실력은 안늘고 PPT 실력만 늘겠다

 

특히 첫번째 이유 같은 경우는 제 의사결정 요인의 전부라 할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 이직 시 겪게 되는 단점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첫번째 이유만을 바라보고 이직을 결정했었으니까요 ^ ^;;

 

 

 

그래서 기대했던 것은 무엇인가?

이런 배경에서 이직하다 보니, 이직 후 제가 얻어내야 할 것은, 첫번째로 "내가 경험해보고 싶은건 다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닥치는 대로 일 받고, 또 이 일도 해보고싶다 손들고 해볼 생각이었습니다. 두번째로는 경영기획 담당자이다 보니 CEO, CSO와 밀접하게 일하면서, "예비 창업자의 마음가짐으로 최대한 같이 고민해보자" 였었습니다

 

실제로 제 입장에서 돈 받아가면서 경험해보고 싶은거 다 해볼 수 있다는건 "꿀"이라는 생각도 많이 들었으니까요

 

 

 

그래서 기대했던대로 이루어졌는가?

실제로 이직 후 직무는 경영기획/전략기획으로 이직했지만(제 전문성이 있던 영역), 사실 실제 업무는 제휴 & 사업개발이었습니다 (제가 하고 싶었던 일). 잘하는 역량을 활용해서 그나마 좋은 조건으로 이직했고, 실제 업무는 하고 싶은걸 했습니다(물론 잘하는 업무도 많이 했지만요)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스타트업은 초창기에 사람이 상당히 부족하고, 오랜 시간 정밀한 검토 후 사업을 추진하기 보다는, 60~70%만 검토해도 빠르게 실행해보고 수정하는 Lean 방식이 더 맞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조직문화도, "이 사업 매력적인것 같습니다. 제가 한번 piloting이라도 해볼께요"라고 한다면, 그리고 기존 맡은 업무에 지장이 없다면, 아무도 말릴 사람이 없습니다. 제가 이런 부분을 보고 이직해서 그런지, 스타트업의 가장 큰 장점은 업무 자율성 인것 같아요

 

 

 

그래서 예상치 못했던 단점은 무엇이었는가?

스타트업 이직 시 겪게 되는 단점은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

  • 워라밸 부족
  • 고용안정성 부족
  • 급여 불만족
  • 불확실해질 수 있는 커리어
  • 만약에 회사 망하게 되거나 중간에 도망치듯 이직하면 죽도 밥도 안된다는 것 (2년이든 3년이든 시간 허비)

 

그럼에도 저는 "해보고 싶은거 다 해볼 수 있다" + "CEO의 고민과 의사결정을 바로 앞에서 같이 할 수 있다"라는 것만 바라 보고 있었습니다 (이런 단점은 수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구요)

 

문제는 2가지 장점만 바라보고 갔는데, 그 장점에 대한 만족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지속된 신사업/제휴 사업 실패로 인한 동기부여 침체가 되겠네요. 실제로, 경험을 제대로 쌓으려면 실패도 해보고, 성공도 해봐야 하는데, 그리고 성공의 경우에도, 유의미한 경험이 되려면, 사업을 0에서 1로 만들고, 1에서 10으로 scale-up해보는 전 과정을 다 겪으면 참 좋을 것 같은데, 저는 실패만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사람이 주눅들게 되고, 특히 사업이라는 것이 혼자서는 못하고 서비스 기획, 개발, 데이터, 보안/네트워크, 법무 등등 많은 분들의 협조가 필요한데, 제가 사업기획 잘못하면 이분들 Resource 날리게 되다 보니, 맘처럼 "스타트업이니 열쩡으로, 무작정 해보자!!, 요런건 안됩니다"

 

또한, 지속되는 실패는 분명 사업의 눈을 키워주기도 하지만, 반대로 사람이 보수적으로 변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스타트업에 있음에도 "안된다 부터 말하게 되는 대기업 문화"가 생겨버렸습니다

 

 

 

그래서 스타트업으로 이직한다면, 무슨 각오를 해야 할까?

제가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이직 자체는 똑같이 할 것 같습니다. 처음 말씀드린 첫번째 이직 이유 "나도 이런 사람처럼 되고 싶다"라는 생각이 그때 당시 제 머리를 지배했었는데, 지금도 그때로 돌아간다면 여전히 스타트업으로 이직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직한 후에도, 지금까지 쌓아온 시행착오들을 미리 머리에 탑재한 상태에서 시간을 되돌린다 해도, 성과는 여전히 없을 것이고, 여전히 불만은 있었을 것이구요 (아마도..., 회사의 사업 성과라는건 혼자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우주의 기운이 모여야 하니까요...)

 

그래서 스타트업 이직 전에 한번 체크해볼 부분은, "불안함, 걱정, 우려를 견디고, 빠르게 회복하는 마음을 가졌는가, 그 각오가 되어 있는가"가 되겠습니다

 

스타트업에서 겪었던 마음 고생들을 list-up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 보통 초창기에는 이렇다 할 수익이 없기 때문에 투자금에 연명하든, 비용을 절감하든 위태위태합니다
  • 이직 후 가졌던 열쩡(!!)도, 성과가 없다는 말에 사람이 보수적으로 변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과거처럼 빠르고 과감한 도전도 조심스러워지구요
  • 시간은 흘렀는데 성과는 조금 생겼지만 여전히 기대했던 것 보다 현저히 작을 수 있습니다
  • 동시에 친구 결혼식, 동창회라도 가면, 스타트업에 도전하지 않은, 안전하게 창창대로를 걷고 있는 전 직장 동기들을 보면 비교도 되고, 나 이래도 괜찮을까?하는 생각도 들구요
  • 다시 회사 돌아오면 한숨만 나오고, 사업 담당하는 직원 입장에서는 피가 마른는데, 협업 부서들도 기존의 업무가 워낙 많다보니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구요
  • 그러다보니 드는 생각은, 애초에 각이 안나오는 사업, 회사였네 라는 생각이 들고, 우울해지기를 반복하게 됩니다

 

지내다 보니 스타트업이라는게 정말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주눅들지 않고, 멘탈관리해가면서, 집요하게 문제를 찾고, 조금씩이라도 해결해나가고, 그게 축적된다면 시장이 형성 되었을때 궤도에 오른다는 건 이제 깨달았습니다. 지금의 불황은 그저 어려운 시장 상황과 저조한 성과로 인해 잠시 depression 기간이라는 생각일 뿐입니다.

 

그래서, 회사도, 자기 자신의 동기부여도 오랜기간 우울감을 겪을 텐데, "담담하게, 당당하게", 그렇게 끊임없이 자신을 달래가고, 위로하면서 실패를 직면할 용기가 있는가, 이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