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기간 컨설팅을 하면서 많은 대기업 전략기획, 사업기획 담당자를 마주하게 되었고, 저 또한 스타트업 현업 전략기획 매니져로서 일하다 보니 당연히 보고서에 대한 필요성을 절절히 느낍니다. 다만, 한편으로 신입 컨설턴트, 신입 기획 매니져 입장에서는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왜 굳이 보고서를 작성해야할까?, 그냥 말로하면 안되나?".
보고서를 쓰는 과정은 결코 쉬운일이 아닙니다. 수 많은 상급자의 검토를 거쳐야만 경영진에 보고될 수가 있고, 그러다 보니 지옥의 빨간펜도 경험하다보면, 보고서 작성은 정말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보고서 작성이라는 것이 꼭 해야만 하는 것인지, 무슨 의미가 있는지, 보고서를 작성하는 사람은 어떤 생각으로 임해야 하는지에 대해 제 생각을 공유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목차
애초에 회사는 왜 보고서를 활용할까?
잠깐 시간을 내서 생각해봅시다. 회사는 왜 굳이 보고서라는 비효율적인 수단을 통해서 소통을 해야만 할까요?, 머릿속에 있는 기획, 전략 구상을 그냥 구두로 설명하면 되는데 말이에요. 단순하게 생각해보면 보고서 자체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생각이 논리정연하게 정리되는 것도 있겠고, 말로 듣고 휘발되는 내용이 아닌, 서면으로 구체화하여 적시함으로서 좀 더 명확히 의도를 전달하는 것도 있겠습니다만..., 핵심은 보고서는 설득의 툴로서 활용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여러분의 직무가 상품 기획 담당자든, 신사업 팀에 있든, 전략 기획 담당자이든 상관 없습니다. 기획이란 기존에 하지 않았던, 새로운 방향성을 설정하고, 개선점을 명확히하여, 회사의 Resource를 활용하고 사업을 움직이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보고서의 본질 역시 똑같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바로 남들을 설득하고 그들의 Resource를 활용하여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이죠 (그것이 신사업이든, 신상품이든, 기존 사업의 개선이든, 무엇이든요)
특히 회사는 혼자 경영하는 자영업이 아닌, 수 많은 사람들이 분업하여 협업하는 구조이다 보니 설득이 핵심이 됩니다. 일례로 우리가 자판기 회사에서 신사업팀으로 일하고 있는데, 새로운 서비스를 기획한다고 칩시다. 두서 없이 기술담당자, 생산담당자에게 신규 서비스 런칭하자고 하면 그들이 말을 들을까요?, 가뜩이나 회사는 직원들을 쥐어 짜면서 일을 시키는 곳인데 각 담당자들 입장에서는 지금 당장 눈앞에 떨어진 일도 바쁜데 명분도 없이, 필요성도 인지하지 못한채 본인의 워라밸 희생하면서 신규 서비스 개발에 동참을 할까요?, 그들을 움직이려면 대표님이나 경영진을 움직여야 하는데 그분들은 보고서 없이 구두로 두서없이 설명하면 납득을 하실까요?
보고서는 단순히 보고 내용을 문서에 담아 정리하는 것이 아닙니다. 본질은 회사를 움직이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각 조직구성원의 공감대를 이끌어내고 그들을 움직일 수 있도록 설득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보고서에는 Fact 정리하는 것이 아닌, 설득을 목표로 스토리와 Edge point가 더해져야 하는 거에요
그래서 전략/사업기획 보고서에는 무엇이 담겨야 할까?
보고서의 목적이 조직을 또 다른 방향으로 이끌어 내는것이라면, 보고서에서 챙겨야 할 컨텐츠는 어떤 특징을 가져야 할까요?, 결국 핵심은 설득력이고, 설득력을 위해 기승전결에 맞추어 본인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히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자판기 회사를 예로 들어 봅시다. 다들 알다시피 자판기 시장은 90년대 가장 흥했다가, 편의점이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점점 피할 수 없는 사양길에 들어서기 시작했죠. 만약 자판기 시장이 꺾이기 시작하는 2000년대 초반으로 돌아간다면, 그래서 신사업을 제안해야 하는 입장이라면 어떤 컨텐츠를 담으시겠습니까?
사람을 설득하려면 단순 주장만 있으면 안됩니다. 그들이 들을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야 하고, 주장 하고자 하는 내용도 논리적으로 쉽게 이해될 수 있도록 차근 차근 설명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귀를 쫑긋하게 할 수 있는 Edge contents도 있어야 하고, 실제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용기를 줄 수 있는 사례 등도 뒷받침 되어야 하죠. 쉽게 말하면 기승전결로 표현되겠지만 보고서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내외부 환경분석에 대한 Clear한 진단, 분석, 경쟁사 벤치마킹, 선도사 신사업 사례 등이 복합적으로 활용되어야 합니다.
일례로 자판기 회사 사례로 돌아간다면, 자판기 시장이 얼마나 하락하여 5년 후에 어떤 모습일지 명확히 그려주고, 실제로 고객들은 자판기 보다 편의점 등 경쟁 대체재를 얼마나 많이 쓰고 있고(들을 준비 조성), 그래서 타개책 강구를 위해 해외 자판기 회사들은 어떻게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는지(Edge point), 그래서 우리 회사는 어떻게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지 그리고 사례는 있는지(실행을 독려하는 사례) 등 내용을 차근 차근 기승전결에 맞추어 설명해야 하는 것이지요.
결국 보고서는 특정 Fact, 컨텐츠만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설득을 위해 들을 분위기도 조성해야하고, 눈길을 끌고 설득할만한 Edge point도 있어야 하고, 실행 독려를 위한 사례 조사도 병행 되어야하죠, 그리고 이를 논리적으로 차근차근 설득할 수 있는 스토리와 기승전결도 종합적으로 필요한 것이 보고서입니다.
결론: 보고서 작성은 결국 제안과 설득의 과정
그렇다면 보고서 작성을 하는 분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임해야 할까요?, 내가 작성한 보고서가 회사를 움직이고 변화시킨다는 생각을 가지고, 회사의 체계와 Resource를 움직일 수 있는 제안과 설득의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결국 제안과 설득이라는 본질을 알고 있어야만, 상급자의 검수/검토(소위 지옥의 빨간펜 수정)의 맥락도 이해하게 되고, 경영진 보고에 무엇이 필요한지도 스스로 깨닫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상급자 검토 이전에 스스로 이 보고서의 Killer contents가 무엇인지도 보다 수월하게 파악할 수도 있겠죠.
보고서는 위에서 시키니까 하는 일이 아닙니다. 회사의 변화와 성장의 시작을 도모할 수 있는 제안과 설득의 과정입니다. 이런 점을 인지하셔야 지루하고 비효율적이라 생각되는 보고서 작업이, 의미있고 효율적인 업무로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들
2025.05.30 - [보고서 잘 쓰는 법] - 보고서 스토리 짜는 방법: 결국 치밀한 Message tree 설계
보고서 스토리 짜는 방법: 결국 치밀한 Message tree 설계
일전에 대전에서 공공기관 ISP 컨설팅에 참여한적이 있습니다. 고객사 Champion은 책임운영기관으로서 통신사 IoT 본부장님께서 데이터센터 원장을 맡으셨고, 덕분에 공무원 출신의 고객사 대비 훨
kickstarter.tistory.com
2025.02.27 - [전략컨설팅] - 좋은 산출물은 좋은 질문(Key question)에서 나온다
좋은 산출물은 좋은 질문(Key question)에서 나온다
이번 회사에 이직한 이후, 누구나 한번쯤은 참석해야하는 교육 세션이 있었습니다 (온보딩 세션), 원래 취지는 신입컨설턴트 또는 현업에서 오신 컨설턴트 분들이 쉽게 컨설팅에 적응할 수 있게
kickstarter.tistory.com
2025.03.13 - [보고서 잘 쓰는 법] - 보고서 퀄리티가 걱정된다면 '3분 요약 설명'으로 점검해보자
보고서 퀄리티가 걱정된다면 '3분 요약 설명'으로 점검해보자
전략컨설팅 보고서를 작성하다보면, 몇날 몇일 꼬박 시간을 투자해서 임원분 또는대표님께 보고할 보고서를 정리하다 보면, 결국 내가 쓰는 보고서에 스스로가 매몰되어 쉽게 이해되지 않는 내
kickstarter.tistory.com
2024.02.29 - [보고서 잘 쓰는 법] - 보고서 잘 쓰는 법 (1) - 착공보다는 설계부터
보고서 잘 쓰는 법 (1) - 착공보다는 설계부터
요즘 회사에서 타 부서 분들과 공동으로 정부지원금 관련 사업계획서를 쓰다보니, 다른 분들께서 본업은 정말 잘하시는데, 문서작성 역량의 업무 효율성이나, 성과가 투입 시간대비 부족할 수
kickstarter.tistory.com
'보고서 잘 쓰는 법'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파워포인트 파일 크기, 용량 줄이는 법(그림 압축) 3가지!! (0) | 2025.06.07 |
---|---|
신상품/신사업 기획 예시: 결국 핵심 질문(Key question)에서 출발 (2) | 2025.06.06 |
보고서 스토리 짜는 방법: 결국 치밀한 Message tree 설계 (3) | 2025.05.30 |
보고서 퀄리티가 걱정된다면 '3분 요약 설명'으로 점검해보자 (0) | 2025.03.13 |
PT 중에 페이지 순간이동, 파일 여는건 어떻게 할까? (페이지 이동 단축키, 하이퍼링크, 개체 삽입) (1) | 2025.03.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