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월에 다시 컨설팅으로 복직한 이후, 벌써 7개월이나 되었습니다. 그간 밖에서 굴러온 돌(?)로써 조직에 적응하는 것도 필요했고, 2년만에 다시 찾은 컨설팅에 대해 문화와 분위기도 많이 바뀌었음을 체감합니다
PM으로써 일도하지만 동시에 영업도 병행하고 있는 저로써는 컨설팅 문화,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음을 느낍니다.
오늘은 PM 입장에서 요즘 컨설팅 문화/분위기에 대해 논의하면서, 컨설팅이라는 좁은 문에 들어오려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실적으로 추천하느냐?가 이번 글의 주제가 되겠습니다)
[목차]
예전에 컨설팅은 어땠었어?, 왜 그렇게 버텨가며 컨설팅을 고집 한거야?
저 역시 예전 컨설팅이 그립습니다. 그러나 더 심해졌으면 심해졌지 안바뀔겁니다
그래서 아는 동생이 전략컨설팅한다고 하면 추천할꺼야?, 말릴꺼야?
예전에 컨설팅은 어땠었어?, 왜 그렇게 버텨가며 컨설팅을 고집 한거야?
참고로 저도 아직 Director, Partner급 선배님들에 비하면 어린 컨설턴트로 보이겠지만, 그래도 전략컨설팅에 10년정도 몸을 담은 사람으로써, 예전에 컨설팅을 했을 때 나는 왜 버텼을까?라는 질문을 던져보면, "성장이 갈급했고, 실제로 성장이 체감되니 나도, 회사도 성장하는 선순환이 형성되었었다"라고 정리되겠습니다
- "프로페셔널리즘과 서비스 마인드에 내 몸을 맡기고 무아지경으로 일하는 방식"이 지배적이었고
- "고되고 힘들다 = 성장한다"라는 인생의 확정적 공식을 24살짜리 대졸 신입 어쏘도, 심지어 인턴도 체험하게 되고
- 그래서 모든 팀이 "고생" = "좋은 산출물/결과" = "성장하는 좋은 전문가 집단"이라는 선순환이 형성되었었습니다
일례로 제가 다니던 회사는 회계법인 전략펌이었지만, 그럼에도 BCG 출신 파트너님들께서 계셔서, 그들의 정신들을 많이 전도(?)하시면서, 매일매일 정말 고되고 힘들었지만 장표 한장, 프로젝트 하나 하나에 공을 들여서 Impact를 만들어내는 프로젝트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보고 직전 5분까지도 보고서 고쳐가면서, 워딩, 키워드 하나하나 손보시던 파트너님들도 많으셨고, 2박 3일 집에도 못가면서도 성공적인 회장님 보고를 만들기 위해 파트너부터 인턴까지 할 것 없이 모두가 똘똘 뭉쳐서 "정말 좋은 보고"를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노력했던 나날들, 고생이란 고생은 다해도 마지막 보고 자리에서는 박수 받아내고 회식하면서 전우애와 끈끈한 정을 느끼는 정말 행복한 나날이었던 것 같아요
결국 성장에 갈급한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확실하게 성장을 느끼게 해주니, 더 일 잘하고 똑똑한 사람들만 남게 되고, 매 프로젝트마다 함께 역사를 써가면서, 진짜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면서도 나 스스로도 성장하는, 아주 훌륭한 선순환이 형성되었던 것 같습니다
요즘은 많이 바뀌었어?, 뭐가 어느 정도로 바뀐거야?
고객사가 똑똑해졌다, 예전 보다 빡세게 일하지 않는다(반대로 워라벨이 조금은 좋아졌다) 뭐 이런 진부한 이야기 말구요..., PM으로써 느낀점을 정말 Live하게 한마디로 정리해보면 이렇습니다. "과거의 선순환은 깨졌다"
- 컨설턴트들의 성장하려는 욕구가 상당히 떨어져있고, 좋은 산출물을 전달할 역량도 많이 부족합니다
- "고생 = 좋은 산출물/결과 = 성장하는 좋은 전문가 그룹"이라는 선순환은 깨진지 오래된 것 같고
- "워라밸이 지상 최대의 과제 = 나쁜 산출물/결과 = 프로젝트 기간되면 퀄리티 떨어져도 시마이치고 도망가는 Researcher"가 되어버렸어요
무엇보다도 컨설턴드들(1~5년차)의 목표가 성장 보다는 워라밸만을 지키면서 높은 컨설팅의 연봉을 받길 원하는 "Unprofessional한 마음가짐"이 가장 큰 문제인 것 같습니다. 말로는 "효율적으로 일해야한다"라고 추구하면서, 역설적으로 효율을 만들어내기 위한 초기 투자는 싫어하죠 (경험이 많아야 능력이 오르면서 효율이 생기는데, 경험을 많이 쌓을 생각을 안해요)
결국, 컨설턴트들의 업무 역량도 예전에 비하면 많이 부족함을 느낍니다. 3~5년차 시니어 컨설턴트인데도, PM이 장 by 장으로 손으로 보고서를 그려줘야 겨우 고객사에게 Deliverable한 아웃풋이 나오는 상황도 종종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고생(노력)하기는 싫고, 집에는 일찍 가고 싶고, 그래서 역량 개선은 안되고, PM은 좋은 산출물 전달하려 시도했으나 결국 타협하게 되고, 성장을 체감할 겨를이 없게 됩니다". 예전에는 "No Quality, No Mercy"를 외쳐대며, 장표 한장이라도 새벽 4시~5시까지 빠꾸 놓으시던 파트너님도 계셨었는데, 요즘 그런짓하면 비효율적으로 일하는 PM이라고 소문나기 마련이죠 (결국 Professionalism, Extra-mile, No quality No mercy, Impact와 Impression을 만들어내는 프로젝트와는 점점 멀어집니다)
저 역시 예전 컨설팅이 그립습니다. 그러나 더 심해졌으면 심해졌지 안바뀔겁니다
앞으로 바뀔 것 같냐구요?, 절대 안바뀔 겁니다. 그리고 점점 더 심해질꺼에요. 제가 다시 컨설팅으로 돌아온 후 정말 충격받은 점은 "컨설턴트들이 상전이다, 왕처럼 받들여지고 파트너들이 그들의 눈치를 보고 있다"라는 점입니다.
- 요즘 컨설턴트로 입사하시는 분들의 가치관 자체가 많이 달라요, 성장과 칭찬에 목마른 친구들을 보기 어렵습니다
- 그러다 보니 일이 손에 잡히는 시기인 2~3년차부터는 이직을 많이 하게 되고, 프로젝트를 돌려야 하는 파트너 입장에서는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습니다
- 심지어 파트너가 컨설턴트에게 일을 시키는데 눈치를 보고, 부탁하는 경우도 있더군요..., 일하기 싫어하는 컨설턴트는 집에 가셔야 하는데 말이죠
이게 단순히 "컨설팅이 채용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었기 때문이다"라고 볼 수 만은 없는 것 같습니다. 쉽게 말해서 너무 무르게 컨설턴트들을 관리하고 있는 것 같아요. 뻑하면 컨설턴트들이 힘들다, 퇴사하겠다 하니 파트너들은 붙잡게 되고(당장 수주한 프로젝트 굴러가야하니...), 그러한 문제들이 몇년간 방치되면서 오늘날의 문제를 만들어낸 것 같습니다
디테일하게 이야기하자면 예전처럼 프로젝트별로 컨설턴트를 평가하고, 1~2년차 어쏘라도 역량 없으면 연봉 동결시키고, 퇴사 권유하고, 그래서 적당한 긴장감이 생기고, 반대로 그들로 하여금 성장에 관심이 생기도록 해야 하는데, 그런 문화가 사라졌기 때문에 갑을 관계가 바뀐 것 아닐까 생각합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컨설턴트가 상전이고 왕"인 현상이 문화처럼 자리 잡았다는 겁니다. 중이 제 머리 못깎는다고, 이슈가 있고 전사적으로 고착화되었는데, PM들은 평가하려 해도 나 혼자 나대면 꼰대 PM, 이상한 PM 소리 듣게 되고, 파트너 & 본부장 입장에서는 그러다가 줄퇴사 또는 당장의 프로젝트 실적에 차질이 생길 수 있으니 쉽사리 도입을 추진하기에도 어렵고, 의견도 잘 안모아지고 등등..., 마치 우리가 컨설팅할때 흔히 맞닥뜨리는 대기업의 고질적인 기업문화 문제처럼요...
그래서 아는 동생이 전략컨설팅한다고 하면 추천할꺼야?, 말릴꺼야?
오늘의 본론으로 돌아간다면, 그래서 만약 저에게 갓 대학을 졸업한 정말 아끼는 동생이 있다면 전략컨설팅을 추천할 것이냐?, 라는 질문을 한다면 저는 "추천하지 않겠다"라고 답할 것 같아요
성장 욕구가 정말 큰 친구라 할지라도, 문화가 이 모양이니 열심히 하는것이 이상한 것으로 여겨져서 "불필요하게 Quality에 집착한다"는 쓴소리나 들을 것 같구요. 성장 욕구가 크지 않은 친구라면 안좋은 워라벨을 강요하는 컨설팅 회사에 있는 것 자체가 고통이니 더더욱 올 필요가 없구요...
컨설팅 취업을 희망하는 분들께는 안좋은 이야기로 들리시겠지만, 아마 생각하고 기대하시는 컨설팅 회사의 장점은 많이 없어진지 오래일겁니다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앞서 말씀 드린 문화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다 비슷할꺼에요). 정말 숙고하셔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컨설팅이 좋다는 분들만 지원하시고, 회사도 지원자도 Win-Win하는 구도가 만들어졌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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